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다 보면 한 번쯤 이런 말을 듣게 됩니다.
“해외에서는 한인들을 조심해야 해.”
“같은 한국 사람이라고 믿었다가 크게 당했다.”
“한인 잡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쉐어하우스도 잘못 들어가면 돈 떼이고 힘들어진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조금 씁쓸합니다.
머나먼 타지에서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을 만난다는 건 분명 반가운 일인데, 왜 오히려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이렇게 많이 나오는 걸까요?
씁쓸하지만 반복되는 이야기들
하지만 실제로 워킹홀리데이 후기, 해외 커뮤니티, 대나무숲 같은 곳을 보다 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됩니다.
- 한인 업체에서 일했는데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
- 최저임금보다 적은 금액을 받았다는 이야기.
- 불법적인 근무 방식인데 처음에는 잘 몰랐다는 이야기.
- 쉐어하우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는 이야기.
- 처음에는 친절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말이 달라졌다는 이야기.
이런 글들을 읽다 보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해외에 나온 사람들끼리 서로 도와주면 좋을 텐데, 왜 이런 일들이 계속 생기는 걸까 하는 아쉬움도 듭니다.
하지만 이 글은 “한인을 무조건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하려는 글은 아닙니다.
해외에서 만나는 모든 한국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이것입니다.
국적이 아니라, 상황과 조건을 봐야 한다는 것.
친절함보다 계약과 기준을 먼저 봐야 한다는 것.
같은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쉽게 믿으면 안 된다는 것.
왜 “한인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올까?
이런 인식은 어떤 특정 사건 하나 때문에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비슷한 경험들이 반복되면서 조금씩 쌓인 결과에 가깝습니다.
특히 워킹홀리데이에서 문제가 많이 생기는 부분은 대부분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일자리 문제
두 번째는 돈 문제
세 번째는 쉐어하우스 문제
워홀 초반에는 영어도 익숙하지 않고, 현지 시스템도 잘 모릅니다.
비자 조건, 세금, 근로계약서, 최저임금, 페이슬립, ABN, TFN 같은 단어들도 낯설게 느껴집니다.
이때 누군가가 한국어로 친절하게 설명해주면 마음이 놓입니다.
“내가 도와줄게.”
“처음엔 다 이렇게 시작해.”
“원래 여기서는 이렇게 해.”
“나중에 정리해줄게.”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해봐.”
이런 말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든든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친절함이 항상 안전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람을 더 쉽게 믿게 되는 순간
해외에 처음 나오면 생각보다 외롭습니다.
언어도 낯설고, 문화도 다르고, 해야 할 일은 많고, 물가는 비싸고, 당장 일자리는 필요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경계심이 낮아집니다.
“같은 워홀러인데 괜찮겠지.”
“설마 같은 한국 사람한테 나쁜 짓을 하겠어?”
“나도 힘든데 저 사람도 여기서 고생했겠지.”
“처음에는 조금 손해 봐도 나중에 좋아지겠지.”
하지만 해외생활에서 가장 위험한 생각 중 하나가 바로 이것입니다.
좋은 사람도 있고, 조심해야 할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 사람이라서 무조건 믿을 필요도 없고, 한국 사람이라서 무조건 피할 필요도 없습니다.
중요한 건 상대방이 나에게 제시하는 조건이 상식적인지, 합법적인지, 투명한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워홀 한인 잡에서 자주 나오는 문제들
워홀러들이 가장 많이 겪는 문제 중 하나는 일자리입니다.
특히 영어가 아직 부족하거나 현지 경험이 없을 때는 한인 업체가 첫 직장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좋은 한인 사장님들도 많습니다.
처음 온 워홀러에게 기회를 주고, 영어가 부족해도 기다려주고, 정직하게 페이를 주는 곳도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조심해야 할 곳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입니다.
- 근무 시간을 정확히 기록하지 않는다.
- 페이슬립을 주지 않는다.
- 트레이닝 기간이라며 돈을 적게 주거나 아예 주지 않는다.
- 캐시잡이라고 하면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금액을 제시한다.
- 세금 처리를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다.
- 직원처럼 일시키면서 개인사업자처럼 ABN으로 처리하려고 한다.
- 처음 말한 조건과 실제 조건이 다르다.
- 그만두겠다고 하면 마지막 임금을 미룬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여기는 원래 이렇게 해.”
“처음 온 사람들은 다 이렇게 시작해.”
“다른 데 가도 똑같아.”
“너 영어 안 되잖아.”
“경험 쌓는다고 생각해.”
이 말들이 전부 틀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조심해서 들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이 나의 약점을 이용해 불리한 조건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면, 그곳은 다시 생각해봐야 합니다.
ABN으로 일하라는 말, 왜 조심해야 할까?
호주에서 일할 때 워홀러들이 자주 헷갈리는 것 중 하나가 ABN입니다.
ABN은 Australian Business Number의 약자입니다.
쉽게 말하면 개인사업자 번호에 가깝습니다.
문제는 실제로는 직원처럼 일하는데, 사업자처럼 처리되는 경우입니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사장이 시키는 방식대로 일하고, 장비나 시스템도 업체의 지시에 따르는데, 서류상으로는 개인사업자처럼 처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나중에 세금, 보험, 권리 문제에서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세금 덜 낼 수 있어”, “이게 더 편해”처럼 들릴 수 있지만,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작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것입니다.
내가 직원인지, 개인사업자인지 정확히 알고 시작해야 합니다.
말로만 듣지 말고 조건을 글로 남겨야 합니다.
페이, 근무시간, 세금 처리 방식은 처음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ABN / TFN 차이 ( 개인사업자 구조 정리 1)
호주 워킹홀리데이 ABN 개인 사업자 장단점 (개인사업자 구조 정리2)
쉐어하우스에서도 조심해야 할 부분
일자리만큼 많이 문제가 생기는 곳이 쉐어하우스입니다.
워홀 초반에는 집을 빨리 구해야 하니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만 보고 결정하거나, 한국어로 설명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안심하고 계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쉐어하우스에서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 보증금은 얼마인지.
- 보증금을 언제 돌려받는지.
- 미니멈 스테이는 있는지.
- 노티스 기간은 며칠인지.
- 청소 규칙은 어떤지.
- 공과금이 포함인지 별도인지.
- 방에 몇 명이 사는지.
- 거실 쉐어가 있는지.
- 계약 내용을 문자나 메시지로 남겼는지.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대부분 처음부터 조건이 불분명했을 때입니다.
“그냥 편하게 살면 돼요.”
“나중에 이야기해요.”
“다들 그렇게 해요.”
“보증금은 나갈 때 줄게요.”
이런 말만 믿고 들어가면 나중에 서로 기억하는 조건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친절한 말보다 기록이 중요합니다.
계약서가 없더라도 최소한 메시지로 조건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호주 쉐어 하우스 용어 정리 / 워홀러가 꼭 알아야 할 필수 표현 23가지
외국인 쉐어하우스 구할 때 참고할 점 / 워홀러 실전 체크리스
안 좋은 일을 피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 문제가 생기지 않으려면 사람을 의심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을 경계하며 살라는 뜻도 아닙니다.
다만, 나만의 기준은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일자리를 구할 때는 이런 기준이 필요합니다.
- 페이를 정확히 알려주는가?
- 근무 시간을 기록하는가?
- 페이슬립을 제공하는가?
- 트레이닝 기간 조건이 명확한가?
- 세금 처리 방식을 설명해주는가?
- 처음 말한 조건과 실제 조건이 같은가?
- 질문했을 때 짜증 내지 않고 설명해주는가?
쉐어하우스를 구할 때도 기준이 필요합니다.
- 보증금 조건이 명확한가?
- 나갈 때 노티스 기간이 정해져 있는가?
- 방 상태를 직접 확인했는가?
- 사진과 실제 방이 같은가?
- 집 규칙이 과하게 불리하지 않은가?
- 돈을 보낸 기록이 남는가?
사람 관계에서도 기준이 필요합니다.
- 처음부터 돈을 빌려달라고 하지 않는가?
- 내 비자 상태나 영어 실력을 이용하지 않는가?
- 불편한 부탁을 계속하지 않는가?
- 내가 거절했을 때 태도가 갑자기 바뀌지 않는가?
- 지나치게 빠르게 친해지려고 하지는 않는가?
좋은 사람은 내가 질문한다고 화내지 않습니다.
정상적인 업체는 조건을 확인한다고 불편해하지 않습니다.
괜찮은 집주인은 보증금과 노티스 조건을 물어본다고 이상하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질문했을 때 상대방이 예민하게 반응한다면, 그 자체가 하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불편한 느낌이 들면 빨리 정리하는 것도 능력입니다.

“한인들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은 너무 넓고 거칠게 들릴 수 있습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서는 같은 언어를 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쉽게 믿지 말아야 한다.
친절함보다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불편한 상황을 오래 참지 말아야 한다.
내가 모르는 것을 이용하려는 사람을 조심해야 한다.
좋은 한인들도 많습니다.
해외에서 서로 도와주고, 정보를 나누고, 처음 온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들도 분명 많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의 막막함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볼 때는 국적보다 태도와 조건을 봐야 합니다.
마무리
처음 해외에 나오면 누구나 불안합니다.
영어도 어렵고, 집도 구해야 하고, 일도 찾아야 하고, 돈도 아껴야 합니다.
그럴수록 누군가의 친절한 말에 쉽게 기대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해외생활에서는 친절함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조건이 명확한지, 기록이 남는지, 내 기준에서 안전한지를 먼저 봐야 합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운이지만,
좋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빠져나오는 것은 실력입니다.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고 있다면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같은 한국 사람이라서 믿는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행동을 보여주는 사람을 믿으세요.
해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기회를 잡는 것도 맞지만,
그 전에 나 자신을 지키는 것입니다.